오늘 모 회사 연구원이 내 MSN 아이디를 알게되어서 뭐 궁금한 것이 있다고 MSN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분께서 한의대 입학에 관해서 질문하던중 '한방과 양방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더라.
"난 동양의학은 전체적이고 근본을 치료하고, 서양의학은 확실한 메커니즘을 통하여 세부적으로 어쩌구 저쩌구..." 이런 진부하면서도 원리,원칙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대신 다음과 같은 짧은 예로 그 차이를 이야기 해줬다.
***
예를 들어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왔다 치자.
양방에는 '불면증'에 대표적인 약으로 '벤조디아제팜(benzo-diazepam)'이란 약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기질적 원인이 아니라면, 그냥 '벤조디아제팜'과 같은 약을 쓰면 된다.
벤조디아제팜은 약리학적으로 그 기전이 확실히 밝혀져있어서, 일반적인 불면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쓰면 몇 시간안에 수면상태에 돌입하게 할 수 있다.
(벤조디아제팜은 이미 3상실험이 끝난 상태이므로, 약효는 몇%이고, 대사와 반감기는 어떻게 되고, 1회 복용량은 몇 mg이며, 복용시 부작용까지 아주 자세히 연구가 되어있다.)
그러나 약효가 즉시 나타나는 반면, 그 다음날 그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당연히 잠을 잘 수 없게 되고...
이래서 약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는데, 중간에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반대급부로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뇌의 감수성 저하로 인해서, 불면증상은 더욱 악화가 되는데 이것을 '리바운딩 효과(rebounding effect : 농구공을 바닥에 세게 내리칠수록, 튀기는 것도 또한 강한 증상을 말함)'라고 한다.
마치 당뇨약을 끊어버리거나, 혈압약을 끊게 되면 혈압이 원래 혈압보다 더 올라가거나, 당수치가 원래 혈당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증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한방은 어떠한가?
단도직입적으로 한방에는 '불면증=XX탕'이라는 등식이 없다.
한방에는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단번에 재워버릴 수 있는 '벤조디아제팜'과 같은 한약이 없다.
그렇다면 '불면증'을 치료하는 한약은 없는가?
예를 들어 腎陰이 부족하여 안면에는 虛熱이 뜨고, 입도 마르고(口乾), 하면서 잠을 못드는 腎陰虛인 경우에는 '자음강화탕'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이 되겠고...
오랜 스트레스로 인해서, 가슴도 두근두근 거리고, 소화력도 떨어졌을때에는 心脾血虛로 보고 '귀비탕'이 수면제를 치료하는 약이 되겠다.
체력을 과도하게 소진해서 너무 힘들어서 잠이 안올때에는 '쌍화탕'이 수면제가 될 수 있다.
급성열병(心實熱)이 지난 회복기때 가슴이 답답하면서 입이 쩍쩍 타들어가면서 잠을 못자는 경우(心中煩, 不得臥)할때는 '황련아교탕'이 수면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열은 없지만 피로하면서 몸에 熱感이 있고 혓바닥이 마르는 心虛熱이 있을때에는 '성심산'이 수면제가 될 수있을 것이다.
이제 양방과 한방의 차이가 이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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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방은 과학화, 통계화가 불가능하다.
양방의 '벤조디아제팜'이라는 약을 가지고 논문은 쓰는 것은 쉽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3개월이상 불면증을 호소하는 남녀 200여명에게, 실험군으로 벤조디아제팜 투여군을 대조군으로 벤조디아제팜과 크기와 모양과 색이 같은 비타민제를 투여했을때, 벤조디아제팜 투여군은 약을 복용후 1시간 이내 수면을 드는 인원이 몇 %, 3시간 이내 수면을 드는 인원이 몇%였고, 복용후에도 잠을 자지 않은 인원은 몇%였다. 비교군과 대비하여...."
이런 식으로 양방은 확실하게 통계수치가 딱딱 떨어지는 논문을 쓸 수 있다.
그러나 한방은 이 200여명의 불면의 원인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하나의 처방으로 처방의 성공률을 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이 비과학화, 특히 통계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는 것인데, 이것은 한의학의 학문적 특성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지 한의사들이 통계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만성 B형 활동성 간염에 인진호탕을 투여했을때 개선효과'와 같은 논문은 한방약을 썼다 할뿐이지, 엄밀히 말하면 한의학은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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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여기서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양방은 불면증으로 혹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또는 생리통으로 왔다고 했을때에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나 '시골의 GP'나 약쓰는게 비슷하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의 질병별 표준 지침이 있기 때문에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방은 한의사마다 보는 관점의 차이때문에 약이 달라진다. 심비허손에 의한 불면증이라고 했을때, 범의는 귀비탕을 주겠지만, 명의는 미묘한 차이에 따라서 약물이 가감되고, 다른처방과 합방을 하고, 증량및 감량이 되며, 심지어는 '작방'이 된다.
비교컨데 양약은 키 175cm에 해당하는 옷을 만들때, 이미 재단해서 옷이 나오지만, 한약은 사람마다 팔의길이, 어깨의 폭, 허리 둘레를 보고 옷을 맞추는 것처럼....
사람의 원인과 증상에 따라 약물의 처방을 맞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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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의학은 어렵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명의'와 '범의'가 있는 것이고, 그러한 차이의 존재는 한의사라면 다 인정한다.
따라서 한의학은 術이 아니라 學이다.
혹자는 術이 뭐냐고 물을 것이다.
術로서 대표적인게 바로 '치과의사'이다.
60세먹은 일반치과의사가 30세 먹은 교정전문 치과의사보다 교정을 더 잘한다고 확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60세 먹은 일반적인 한의사가 30세 먹은 한방내과 전문의보다 내상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말이 수긍이 안된다고? 그렇다면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해보겠다.
1970년대 최고의 교정기법을 가진 치과의사와 2004년 현재의 교정기법을 가진 보통 치과의사에게 치료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하지만 조선시대의 허준이 살아있다고 가정하고, 현대의 경희대학교 내과교수하고 둘중의 한 사람에게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라고 하면 당신은 누구에게 脈을 잡히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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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치과에서 '명의'라는 말은 없다. 이빨을 안아프게 잘 뽑는게, 교정을 반듯하게 잘하는게 '명의'의 기준에 속한다면 명의는 30세에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의에는 '명의'는 수련 몇년 빡시게 했다고 이뤄지는게 아니다. 한의대 6년내내 all A를 맞았다고 명의가 되는 것이라면, 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한의학에서 명의는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가 올때마다 어떤 원인에서 불면이 되었는지를, 같은 불면이라도 다른 제반증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그때마다 쓰는 처방이 변화되고, 달라지고... 처방을 쓰는 관점과 내용은 경험에 따라서 점점 세련되어진다.
마치 같은 바둑을 두더라도, 연륜과 경험에 따라 급과 단이 달라지는 것처럼 '초보'때와 '고수'때 관점은 점점 세련되어진다.
오늘도 한의대와 의대를 재단하는 수험생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한의학은 어렵다. 나와 같이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학문이다." 라고...
마치 한 신문 기자가 '조훈현 9단'에게 '바둑의 묘미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내가 바둑을 시작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이제서야 바둑을 조금 알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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